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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교수노조 “강사법이 아닌 불안정한 지위가 문제”

박채영 기자

“별신굿 전수조교 극단 선택, 대학의 자의적 해고 때문”

비정규교수노조, 대안 촉구

동해안별신굿 전수교육조교 김정희씨(58)의 죽음으로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한국예술종합대학(한예종)에서 수십년간 강단에 서 온 김씨가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의를 잃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이에 대해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한교조) 등 강사단체들은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강사법이 아니라 대학”이라고 주장했다.

한교조는 16일 성명서에서 “일각에선 강사법 때문에 김씨가 해고된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김씨는 한예종에서 겸임교수·강사로 강의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며 “그런데도 한예종은 자의적인 필요에 따라 고인을 해고했으며, 고인은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한예종 설립 직후부터 학생들을 가르쳐왔지만, 6개월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등 20여년 동안 줄곧 불안정한 신분의 시간강사와 겸임교수 신분을 오갔다. 그는 강사법 시행 후 학교 측이 낸 1·2차 채용 공모에 지원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예종은 “해고한 것이 아니라 고인이 지원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지원했더라도 채용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1차 채용 공고에는 한예종이 자체적으로 학력 제한을 뒀고, 2차 추가모집 공고에는 학력 제한을 없앴지만 이미 김씨가 지원할 수 있는 분야의 정원이 채워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한예종 측은 “특정인을 위해서 공개 채용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부분까지 파악할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광중 전국예술강사노동조합 위원장은 “고인이 20년간 일해온 대학은 그를 가족으로 대하기보다 경제적인 면을 더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강사 수를 유지하면서도 수업을 적절히 배정해 운영해야 한다”며 “정부와 대학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부터 시행된 강사법은 별다른 사유가 없는 한 강사에게 3년간의 재임용과 방학 중 임금, 퇴직금, 건강보험료 등을 보장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대학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무더기 해고에 나서면서, 강사법 시행을 앞둔 지난 1학기 시간강사 7834명이 강의 기회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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